앞에선 친절한 K, 그 뒤에선 나를 무너뜨렸다
겉으로는 상냥하고 예의 있지만,
나를 배려하는 말 뒤에는 늘 왜곡과 책임 전가가 숨어 있었다
감정은 행동보다 말투와 빈도에서 드러난다
K는 내게 늘 친절했다
"진짜 고생 많으시겠어요"
"저도 전 회사에서 이런 업무 해봐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배려하는 말투, 조용하고 공손한 태도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웃으며 말하는데, 그 친절함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미세하게 건조하고, 마음이 닿지 않는 말투였다
나는 당시 개인 사정으로 휴직에 들어갈 상황이었고,
내 업무를 대신할 사람으로 K가 채용되었다
그가 대면 미팅으로 인수인계를 하길 바랐지만,
나는 휴직에 들어가기 전 혹시라도 업무 누수로 인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일부러 모든 내용을 메일로 남겨두었다
이상함은 뒤에서부터 시작됐다
휴직 중, K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본인의 업무 실수를 지적받을 때마다
전임자(나)가 대면 미팅 없이 인수인계를 무책임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다녔다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실수는 모두 전임자 탓이라는 식으로 포장했고,
업체나 유관부서에서도 "저는 그런 인수인계 못 받았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휴직 중에도, 복직 후에도
심지어 내가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여전히 "전임자가 알려주지 않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인수인계에 대해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언제나 주변 팀원들의 입을 통해,
감정의 조각처럼 흘러 나오는 간접적인 말들뿐이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전임자 탓'에 지쳐, 나는 더 이상 팀원들에게도 인수인계 이야기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침묵하자 그는 더욱 자신감 있게 사람들 앞에서 나를 평가하고 단정 지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친절했다
겉으로는 반갑게 인사했고,
내가 복귀했을 때에도 대단한 일처럼 칭찬하며
"진짜 대단하세요, 복귀해서도 바로 중심 잡으시네요"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중심이니 이제 너는 날 따라야 한다"는 태도가 느껴졌다
그는 내가 하던 업무의 메인 담당자가 이젠 자신이라는 점을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에게 강조하고 다녔다
내가 복직했다고 해서 판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만든 자료나 미팅에 대해서는
내 앞에서는 "역시 대단하시다"라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이건 내가 방향 잡아준 거다",
"전임자가 감각이 부족해서 내가 수정한 거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의 말은 늘 "전임자"로 시작했다
- "이건 전임자가 정리 안 해줘서 몰랐어요"
- "전임자한테 들은 적 없어서요"
- "전임자가 업무 엉망으로 해놔서 제가 지금 이 고생하는 겁니다"
나는 그 '전임자'였다
휴직을 갔을 때에도, 복귀해 옆자리에 앉아 있을 때에도,
그의 모든 설명은 여전히 나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정면충돌이 벌어진 날
나는 업무 프로세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부분을 짚어 정리했다
"이건 원칙대로 처리해야 해요"
그러자 K는 내 앞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전 바빠서 그렇게는 어려운데요"
그리고 나중에 매니저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전임자(나)가 제 업무가 많은 걸 인지하고 도와주시겠다고 했어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3자 대면 자리에서 정식으로 부정했다
그러자 그는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전 분명히 기억해요."라며
내 말을 뒤엎었고,
그 순간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몰렸다
당황한 나는 감정이 격해졌고
결국 "그냥 제가 할게요"라고 말을 던지고 자리를 뜨려 하자,
그는 "왜 그렇게 선심 쓰듯이 말하고 감정적으로 나가세요?"
"제가 무슨 일 떠넘기려고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황을 왜곡한 건 그였지만,
그는 끝까지 나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처럼 만들었다
뒤에서는 말하고, 앞에서는 침묵한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는 나에 대해 평가했다
"요즘 전임자 너무 날카롭다
왜 자기에게 적대감을 갖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인사도 안 하신다"
하지만 정작 나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
항상, 주변을 통해 흘러나오는 감정 조각들 뿐이었다
그것도 누군가 전해주는 '부드러운 말투'와 함께였다
그의 진짜 감정은, 항상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나를 향했다
감정 스캔 -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서는 사람'
그는 자기 포장욕구 + 자격지심 + 비교불안이 강하다
스스로 성과라고 생각한 업무는 과도하게 포장하고,
타인의 업무는 낮추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보한다
특히 그는 절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늘 차분한 말투와 침착한 표정으로 대하지만
그 내용 속에는 교묘한 곡해와 왜곡이 숨어 있다
이 차분한 말투는 오히려 나의 감정을 자극하고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며
결국 나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런 사람의 특징 :
-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지만, 교묘하게 비교와 왜곡을 쌓는다
- '나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사실은 끊임없이 상대를 흔든다
- 실수는 덮고 공은 빼앗고, 책임은 항상 타인에게 돌린다
그는 내 실력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려 했고,
내 감정을 자극해서
내가 더 감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감정 스캔의 결론
그는 날 밀어내야만 자기 존재가 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앞에선 친절했고,
뒤에선 조용히 나를 흔들었다
나는 이제, 그런 친절을 믿지 않는다
그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그의 감정을 읽었다
그리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업무는 메일로만 주고받고,
모든 말은 근거와 기록을 남기고,
내가 그에게 어떤 반응도 감정적으로 보여주지 않도록
거리와 절차, 방식을 모두 정리해 놓았다
그의 감정 조각들 때문에 불편한 순간에 침묵하지 않고 단호히 바로 잡고,
그의 입에서 왜곡되어 나올 수 있는 여지는 그 어떤 것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내 뒤에서 감정을 흔들지 못했고,
자신의 실수를 내 탓으로 돌리지 못한 채,
조용히 침몰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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