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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스캔 기록

[감정 스캔 6화] 완벽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무너뜨리는 J

by 감정스캐너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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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무너뜨리는 J

J는 압도적인 실적을 만든다 그리고 감정을 무너뜨린다
그 앞에서 버틴 사람만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처음부터 유명했던 이름

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부터, J는 회사 안팎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납기, 가격 협상, 고객 응대 모두 압도적으로 잘 해내며,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업무적으로 강했고, 냉정했고, 무서웠다
 
업체와 미팅 중 문을 걷어차거나,
"핑계 대지 마세요"
"회사 사정이고 뭐고 고객이 요청하면 해야죠"
라는 말을 한국어든 영어든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업체는 물론 내부 부서에서도 그를 두려워했지만,
윗사람들은 결과를 가져오는 J를 신뢰했고 중용했다
 
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파트장이 되었다
 


공포정치의 시작

그가 파트장이 되고 나서는, 미팅룸 공개처형이 일상이 되었다
업무 실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리포트를 띄우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트원들 앞에서 당사자를 지적했다
하루에도 열 번 넘는 미팅이 잡히기도 했고,
파트 분위기는 늘 얼어붙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늘 말하곤 했다
"분위기는 즐겁게 하자"
하지만 그 즐거움은 공포 위에 세워진 것이었고, 
모두는 맞춰주는 척, 혹은 견디는 중이었다
 


권력기생형과의 관계 후, 내가 타깃이 되었다

W(감정스캔 7화 주인공, 권력기생형)와 내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W는 내가 신입사원 때 나를 가장 챙겨주던 가까운 선배였고,
처음에는 오히려 J의 공포정치에서 가장 집중 공격을 받던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W는 J와 가까워지고 비위를 맞추기 시작하며
그의 특기인 윗사람 아랫사람을 아우르는 분위기 속에서 조율형 스타일로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J는 그런 W를 더욱더 곁에 두기 시작했고,
J의 신임을 받으며 W의 목소리는 파트 내에서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난 이미 W와 관계가 멀어진 이후였기에, J와 W의 관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J의 공격 대상은 나로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W는 나를 향한 공격이 시작될 때 파트 내에서 말리는 척만 하면서
오히려 내가 W가 없을 때 혼나는 상황까지도 어땠는지 파트원들에게 물어보며
그 분위기를 더욱 앞장서는 느낌이었다
 
W와 J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파트 내에서 더 고립되고 표적이 되었다
 
* 권력기생형 : 상위 권력자(J)의 곁에 붙어 관계를 쌓고, 직접 책임지지 않으면서 권력을 간접 휘두르는 구조
 


무리한 지시의 반복

J는 이제는 불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깎아오라고 지시했고,
무리한 가격 협상으로 인해 납기가 지연되면 나를 불러 세워 소리쳤다
 
"이 실력으로 대리를 달겠다고?"
"그럴 거면 퇴사해"
 
나를 미팅룸에 불러 세우고 소리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J는 "나는 네가 우는 꼴을 보고 싶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버티고, 반박하고, 결국 대들던 날

참다 참다, 나는 결국 사무실에서 소리쳤다
"제가 업무를 안 하겠다고 한 적 없잖아요
왜 시켜놓고 바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몰아세우세요?"
 
그날은 파트원들이 모두 말리며 무마됐지만,
그 이후로 나는 매일 감정적으로 소모됐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도 J가 전화를 했다
"자리 왜 비우냐 업무 시간에 자리 비우지 마라"
 
여자 주임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조차도 이간질이 시작됐다
파트원들의 휴가가 겹치면 J는 내 휴가부터 조정하기를 요청했고
내가 거부한다면,
"너네 휴가 조정해야겠다
C책임(나)이 고집부려서 너네가 양보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점점 더 회색으로, 무표정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업무는 놓지 않았다

J는 나에게 일부러 업무를 몰아줬다
"이 정도면 못 버티고 나가겠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질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만드는 리포트를 따라 했고,
전산 개발을 배워야 하는 과제도 수행했다
업무는 갈수록 무거워졌지만,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도 점차 업무적으로는 나를 인정했다
 
"C책임(나)이 만든 포맷으로 파트원들이 따라가면 좋겠다"라고 말하거나
유관부서에 "C책임이 대리급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파트에서는 말이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J의 인정이 뒤따라오면서 유관부서에서는 신뢰와 네트워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만들어진 유관부서 네트워크는 지금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기반이 되었다
 


마지막에는 결국 성과를 챙겨준 사람

내가 개인 사정으로 휴직을 앞둔 어느 날, 휴직으로 과장 진급은 마음을 어느 정도 비워둔 상태였다
그때 그는 나를 따로 불러
"네 성과, 나는 인정한다
휴직한다고 해서 진급되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고과는 충분하니 진급에 필요한 점수 만들어 놓고 꼭 어필해라"
 
결국 나는 우리 부서에서 휴직 중 진급한 첫 사례가 되었다
 


감정 스캔 - 그의 구조는 '성과 중심 + 감정 무시형 리더'

  • 결과가 전부다. 감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 통제와 공개 비판으로 긴장을 조성한다
  • 두려움으로 실적을 끌어내는 방식에 능숙하다
  • 관계보다 실력을 우선시하고, 실력에는 보상한다
  • 개인감정에 충실하되, 조직 속에서는 그것을 감춘다
  • 부하를 감정으로 휘두르지만, 실력은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J를 감정적으로는 용서하지 않았지만,
J의 압도적인 실력만큼은 배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매일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안에서 J의 실력을 꼭 내가 흡수하고만 싶었다
 
욕을 먹더라도, 큰 소리를 들어도, 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과 논리를 배우고 싶었다
그가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그 실력을 따라가고 싶은 욕심이 났다
어쩌면 나는, 감정보다 실력으로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두가 버틸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의 공포정치에 무너졌다
공개처형, 강압적 지시, 감정적 위협
그런 J의 구조 안에서 조용히 퇴사하거나, 멘탈이 무너져 떠난 사람도 많았다
 
나는 버틴 쪽이지만, 그들이 떠난 것이 그들의 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J의 구조는 애초에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감정을 갉아먹는 방식이었으니깐
당신이 그 아래에서 버티지 못했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J 구조의 문제다
나와 비슷한 구조의 사람에게는 "실력만 보고 배우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고통을 느낀 사람들에게는 말하고 싶다
 
무너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감정스캔의 결론

J는 나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그가 설계한 압박은 내 실력을 키웠다
 
나는 그와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 배운 방식은 지금도 나의 실력 안에 있다
 
그는 감정적으로 남은 상처다
하지만 실력으로 남은 자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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