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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스캔 기록

[감정 스캔 5화] 무뚝뚝하지만, 끝까지 사람을 믿어주는 Y

by 감정스캐너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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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지만, 끝까지 사람을 믿어주는 Y

Y는 늘 조용했고, 쉽게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늘 정확했고, 그의 신뢰는 깊고 단단했다

 


처음엔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12년 전,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Y는 나의 지도사원이었다

말수가 적고 살갑지 않아서, 가까이 가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이었다

 

업무 실수를 하면 화를 내지도 않았다

대신 냉정하게 말했다

"갈수록 가관이네"

 

그 말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았고,

나는 그를 가장 무서운 선배로 기억했다

장난 한마디도 쉽게 던질 수 없었고, 늘 긴장하며 대했다

 


말은 없지만,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

Y는 단 한 번도 나에게 업무에 대한 정답을 친절하게 알려준 적이 없다

대신 내가 고민할 수 있도록 힌트를 줬고,

정확하게 질문하면 반드시 정확하게 답을 해줬다

 

그는 '공부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미팅에서도 내가 모르거나 알아듣지 못하면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물어보면, 결국 생각이 트일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방식으로 나를 업무에 대해 파고들게 만들었다

 

사내 정치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실력과 결과로 증명하며 Y는 조용히 파트장까지 올라갔다

 


멀리서, 그러나 가장 단단하게 나를 지켜봤던 사람

내가 J팀장에게, W파트장에게 힘들게 당하던 시절에도

Y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지만, 조용히 나를 지켜봤다

 

개인 사정상 휴직을 앞두고 있던 날,

같은 파트도 아니었는데 본인 파트 내 직원과 함께 

내게 점심을 사주며 휴직 잘 다녀오라고 말해줬다

나를 크게 응원하지도 북돋지도 않았지만 그 점심 식사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Y는 내가 복직하기 전, 다른 주임급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C책임(나) 복직하면, 업무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거다.

기준대로 제대로 업무 하지 않으면 C책임은 분명 기준대로 업무 방향을 알려줄 사람이다"

 

그 말은 내가 들은 그 어떤 칭찬보다 깊게 박혔다

 


나를 데려오고, 내가 휘두를 수 있게 뒤를 받쳐준 사람

복직 후, Y 파트장이 이끌던 파트 내 A업무의 담당자들이

회사의 연봉, 보상이 적다는 이유 혹은 업무가 버겁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업무를 떠났다

Y는 부서 내 임원과 팀장을 직접 설득했다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건 C책임(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인사를 이미 설계해 놓고, 나에게는 별도로 사내 메신저를 보냈다

"C책임님, A업무에 꼭 모시고 싶습니다"

지도 사원으로 처음 만나 조직내에서 나를 10년 이상 본 상사가 나에게 직접 모시고 싶다는 메신저에,

그리고 Y의 설계대로 부서 팀장이 나를 직접 설득하는 모습에 업무 변경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A 업무에 투입된 첫날,

그는 파트 내 사람들 특히 A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파트원들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 담당자가 왔다. 팀원들이 제대로 된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나는 그 순간, 호랑이 등에 탄 여우처럼 모든 걸 박살 내며 판을 갈아엎었다

그는 모든 걸 지켜보며, 조용히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에게 조언만 던졌다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내 편이 되어준 사람

Y가 갑자기 주말에 업무를 핑계로 나에게 전화해서는 슬쩍 물었다

"A업무를 가장 오래 수행한 K주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엔, 'A업무를 오래 했다고 해서 그의 방식을 따르지 말고 네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나는 당시에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조언을 바탕으로 K를 가장 차갑게 대했다

나의 차가운 태도와 K의 업무 방식을 매번 '방향이 틀렸다'며

칼같이 잘라내는 듯한 모습에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K가 먼저 태도를 바꾸고 내게 먼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어줬다

 

그런 K의 성숙한 태도 덕분에 나도 자세를 바꾸고 K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A업무에서 나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되었고

Y의 조언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든든한 K의 본모습을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를 보호하는 방식 또한 달랐던 사람

L(감정 스캔 1화 주인공)이 나의 칼 같은 업무 방식에 대해 Y 파트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을 때,

L은 PTSD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감정적으로 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Y는 그때 절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서운했지만, 그가 나중에 조용히 말했다

 

"그때 내가 너 편을 들어주면 안 됐다

너도 부서에서 업무에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네가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내가 널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너 스스로 깨버리는 행동이다"

 

그는 감정을 보호하는 방식도, 사람을 지키는 방식도 달랐다

조직 안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팀장이 된 후에도, 여전히

Y는 업무 역량을 인정받아 파트장을 넘어 팀장까지 올라갔다

60명 가까이 되는 대규모 팀을 운영하는 그는 하루하루가 전쟁처럼 바쁘다

하지만 내가 A라는 거대한 업무를 진행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멘탈이 무너졌을 때

Y는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라도 나에게 면담을 해주는 사람이다

 

"너무 친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지 마라

회사에서 감정을 다 드러내지 마라

네가 중심이 되려면, 중심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는 대놓고 나를 챙기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조율을 하라고 말하고,

내가 선을 지키면 반드시 뒤를 봐준다

 

우수사원상 추천도,

내가 힘들 때 불쑥 식사 자리에 와주는 것도 모두 Y 팀장이었다

 


감정 스캔 - 그의 구조는 '조용한 믿음과 전략적 신뢰'

  • 말은 적지만, 정확하게 본다
  •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사람을 끝까지 지켜본다
  • 칭찬보다 선택으로 응답한다
  • 직설은 하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히 제시한다
  • 정치보다 실력, 감정보다 전략으로 사람을 보호한다
  •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지켜준다

무뚝뚝한 모습만으로 내가 그를 멀리했다면, 그의 감정 구조를 보지 못하고 겪지 못했을 것이다

Y가 조용히 지켜보는 만큼 내가 중심을 잡고 움직이면

그는 더 큰 신뢰로 나에게 계속해서 응답했다

 


감정 스캔의 결론

Y는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차가운 사람도 아니다 

그는 조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나를 지켜보는 믿음이었다

 

나는 Y의 조언대로 최대한 회사에서 감정을 쉽게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가 받아줄 때만큼은 내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어 보여준다

그가 지켜주는 방식,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만으로도

나는 회사에서 중심을 잡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

 

그는 가장 드러나지 않게,

내 뒤에 서 있는 든든한 울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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