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유독 사회생활이 더 힘들게 느껴졌을까?
직장생활을 하며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왜 나만 감정에 이렇게 지치지?"
어떤 날은 누군가의 짜증 섞인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졌고,
또 어떤 날은 회의에서 던진 한숨 하나에 내가 잘못한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나는 늘 최선을 다했고, 무례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상하게도 타인의 감정이 나를 통째로 잠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에게 말했다
너는 너무 감정적이야
나는 감정적인 게 아니라, 감정 분리를 못했을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감정 분리를 못했던 사람이었다
- 누군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내가 뭘 잘못하나'
- 누군가 예민하게 굴면 '내가 신경을 더 써야 하나'
- 누군가 나에게 쏘아붙이면 '내가 부족한가'
그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나 때문'이라는 해석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갉아먹었다
왜 우리는 감정 분리를 하지 못할까?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쉽게 섞인다
특히 어릴 때부터 주변 눈치를 보고 자란 사람,
내 감정으로 예민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나로 인해 화를 내는 부모를 보며
던져지는 감정들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닌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몸에 밴다
그 습관은 직장에서도 이어졌다
상사의 불만, 동료의 짜증, 팀원의 예민함, 우울함, 불편함 호소 등
그 모든 것을 내 몫으로 짊어지고 살았다
감정 분리는, 감정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부터 수많은 감정에 질식하던 나는 의식적으로 감정을 분리하기 위해 훈련을 시작했다
- 타인의 감정은 나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 그 감정은 그 사람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도, 대신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 가지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며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씩 멀리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 '왜 저럴까' 대신 '저 사람은 지금 저런 상태구나'
- '내가 뭘 잘못했지' 대신 '저 감정은 그의 몫이지'
- '내가 어떻게 하면 저 감정을 도와줄 수 있을까' 대신 '저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다'
그러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내 것이 아닌데도 끌어안고 있었는지
감정을 감정으로만 읽는다는 것
그 사람이 사무실에서 화를 냈다
직접적으로 나에게 화를 낸 게 아니라면, 그건 단지 그 사람이 화가 난 상태일 뿐이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지?"도 아니고
"왜 저러는 거지?"도 아니었다
그냥, 저 사람은 지금 화가 났다
나는 그 감정을 이해는 하되, 그 감정에 동화되지 않는다
내가 타인의 감정을 끌어안았다고 해서 기대도 하지 않는다
"저 사람이 나중에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
"혹시 내가 상처를 줬나? 저 감정을 더 들어줘야 하나?"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구조는, 나 하나 때문에 절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 분리 vs 감정 회피 - 본질적 차이점
감정 분리와 감정 회피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심리적 작동 구조와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구분 | 감정 분리 (Emotional Differentiation) | 감정 회피 (Emotional Avoidance) |
정의 |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고, 감정은 감정으로 받아들이되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음 | 불편한 감정을 아예 보지 않고 회피하거나 무시함 |
심리적 태도 |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함 하지만 '나와 동일시'하지 않음 | 감정을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피함 혹은 괜찮은척 웃으며 억누름 |
기능 | 감정을 관찰하고 해석함 객관성과 자기 주도성을 유지함 | 감정을 무조건 참거나 내 감정을 모른척함 결국 폭발하거나 관계를 피하게 됨 |
예시 반응 | "지금 저 사람은 화가 나 있구나, 나한테 개인적인 감정은 아닐 수도 있어" | "아 몰라, 짜증나 이런 상황 생각하기도 싫어" |
결과 | 감정이 아닌 상황으로 해석하며 자신을 지킴 대인관계에 안정감을 줌 | 감정의 근원이 해소되지 않음 문제가 반복되고 회피가 더 커짐 |
성장 방향 | 감정을 인지하고 선택적으로 대응함 자기 효능감 강화 | 감정을 무시한 채 방어 기제로 일관 정서적 회복력 저하 |
감정 분리는 감정을 '없는 것처럼' 만드는 게 아니라 감정을 '감정으로만' 다루는 일이다
"아, 저 사람 저런 패턴이구나 내가 흔들릴 이유는 없어"
감정 회피는 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다
"그냥 신경 끄자, 생각하지 말자 (결국 무의식적으로 참던 감정이 툭 터짐)"
그래서 감정 분리는,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 감정을 억누르지도 않고
- 감정을 하나의 정보처럼 다루는 능력이다
- 이 능력이 생기면, 사람의 말과 표정과 분위기를 읽어도 그걸 '내 문제'로 가져오지 않는다
감정을 분리하고 나를 지켜내는 훈련
내가 감정을 분리하기 전엔 늘 휘둘렸다
상처받았고,
억울했고,
무너졌고,
나답지 않은 모습들이 반복되었다
마치 나도 나를 모르겠고 내가 내 감정에 잡아 먹히는 듯한 느낌
계속해서 감정을 분리하는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다
나는 그 감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도,
타인의 감정을 소유하거나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에게도 말한다
"감정을 읽되, 흡수하지 말자
상처받지 말고, 변화도 기대하지 말자
그 사람의 감정 구조는 그 사람의 것
나의 구조는 내가 지켜야 한다"
감정을 감정 그 자체로 읽는 훈련,
타인의 감정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바꾸려 하지 않기
결국은 감정 스캔은 나를 나로 지키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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